살인사건의 유족입니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25년 8월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동생을 잃은 유족입니다.
동생은 20년 가까이 알고 지낸 친구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가해자는 조현병을 앓고 있었으며, 1심에서 징역 30년,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면서 무기징역이 확정되었습니다.
최근 살인미수 사건에서도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사례들을 보면서 의문이 생겼습니다.
왜 제 동생을 살해한 가해자의 신상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을까요?
경찰과 검찰에 문의한 끝에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당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아예 개최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건 당시 검찰은 저희 가족에게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를 원하는지 물었습니다.
아버지는 강력하게 공개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담당 검사는 자신의 권한으로 어떻게든 조치를 해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상정보는 공개되지 않았고, 당시 저희 가족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저희는 당연히 관련 절차를 거쳐 그런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심의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았던 이유를 묻자 경찰 관계자는 당시 증거 수집 등 수사 업무가 많았고, 기억을 되짚어 보면 여러 사정으로 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았던 것 같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더욱이 제가 뒤늦게 이유를 확인하려 하자 왜 이제 와서 그러느냐는 취지의 말까지 들었습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수사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를 그냥 넘겨도 되는 것인지.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 하는 것 아닌지.
어떤 살인사건에서는 심의위원회가 열리고, 어떤 살인사건에서는 열리지 않는다면 그 차이를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그저 동생을 잃은 유족으로서, 왜 저희 사건에서는 심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알고 싶을 뿐입니다.
물론 모든 사건에서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심의위원회 개최 자체가 반드시 의무인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개 여부는 일관된 기준에 따라 검토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심의조차 진행하지 않을 것이었다면, 애초에 가족에게 공개 의사를 왜 물었던 것일까요?
저희 가족은 그 말을 믿고 적어도 신상정보 공개 여부가 검토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결국 그 희망은 아무런 설명 없이 끝났습니다.
동생을 잃고 하루하루 버티던 가족에게는 또 하나의 희망고문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와서 무조건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지금이라도 공개된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알고 싶은 것은 왜 심의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았는지, 그리고 당시 피해자 보호를 위해 공개하지 않았다는 설명은 누가 어떤 근거로 내린 것인지입니다.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위법하다고 단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은 데에 납득할 만한 기준과 근거가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희 가족에게 필요했던 것은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설명이었습니다.
경찰과 검찰이 당시 어떤 검토와 판단을 했는지 책임 있게 밝혀주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