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치뤘네요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다시 한번 살아보려 합니다. 형님들 도움 좀 부탁드립니다.
보배 형님, 아우님들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지난 10월 10일 새벽 1시 10분,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참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동맥박리…
병명조차 생소했던 이 무서운 병으로 어머니는 지난 5월 3일 입원하셔서 10월 2일까지 중환자실에 계셨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언젠가는 좋아지시겠지,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오시겠지 하는 희망 하나로 버텼습니다.
하지만 결국 담당 교수님께 돌아온 말은 “이제는 가망이 없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치료는 연명치료일 뿐입니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도 도저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중환자실에서 보내시다가 가족들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떠나시는 게 너무 가슴 아팠습니다.
그래서 남은 시간만이라도 저희 가족 모두가 어머니 곁에 있을 수 있도록 일반 병실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딱 일주일 만에 어머니는 저희 곁을 떠나셨습니다.
솔직히 원망도 참 많이 했습니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으셨는데 왜 결국 살려내지 못했을까…
약물 부작용으로 피부가 괴사되고, 승압제 부작용으로 손가락과 발가락이 까맣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담당 교수님도, 병원도 참 많이 원망했습니다.
기관절개까지 하셔서 말씀도 못 하셨지만 정신만큼은 또렷하셨기에 항상 노트에 글을 적으며 저희와 의사소통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이틀은 그마저도 하지 못하셨습니다.
하루하루 고통에 몸부림치시는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제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습니다.
눈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그렇게 고통받고 있는데, 정작 아들인 저는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었습니다.
살면서 제가 그렇게 무능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처럼 느껴진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손을 잡아드리고,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속으로 빌고 또 비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왜 살아계실 때 조금 더 잘해드리지 못했을까요.
왜 그렇게 당연하게만 생각했을까요.
세상 모든 사람이 저를 외면해도 끝까지 저를 믿어주시고, 제가 무슨 일을 하든 조건 없이 응원하고 밀어주셨던 분이셨습니다.
제 앞날이 암흑같이 캄캄할 때도 언제나 길을 비춰주시던 등대 같은 분이 바로 저희 어머니셨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이제 제 곁에 안 계십니다.
장례를 치르는 3일 동안 평생 흘릴 눈물을 다 쏟아낸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눈물이 마르질 않네요.
지금도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가 평소처럼 계실 것만 같습니다.
문을 열면 어머니 목소리가 들릴 것 같고, 어딘가에 앉아 저를 기다리고 계실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이제 어머니는 안 계시네요.
사람들이 말하는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너무 보고 싶습니다. 정말 너무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무너져 있을 수만은 없겠지요.
어머니께서 평생 바라셨던 것도 아들이 좌절하고 주저앉아 있는 모습이 아니라, 힘들어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보배 형님, 아우님들께 도움을 좀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평택 고덕, 용인 등 건설현장에서 숙식 제공되는 일자리를 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은 이 지역을 떠나고 싶습니다.
어디를 가도 어머니 생각뿐이고, 집에 있어도 마음이 무너져 내리니 차라리 낯선 곳에 가서 아무 생각 없이 몸으로 부딪치며 일하고 싶습니다.
건설현장 일이 쉽지 않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눈 딱 감고 다시 한번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평택, 고덕, 용인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전국 어디든 숙식이 가능하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곳이라면 가겠습니다.
혹시 현장에서 일하고 계시거나 사람을 구하시는 형님, 아우님이 계신다면 작은 도움이라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배우면서 채우겠습니다. 힘든 일이라고 피하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겠습니다.
지금 제게 필요한 건 거창한 위로나 동정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서 살아갈 수 있는 작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어머니 살아계실 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지 못했던 게 너무나 후회됩니다.
그래도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언젠가 어머니를 다시 만나는 날, 그때는 부끄럽지 않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엄마, 나 정말 열심히 살았어. 엄마가 믿어준 아들답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았어.”
그 말 한마디 할 수 있도록 다시 시작해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형님, 아우님들. 부모님 살아계실 때 사랑한다는 말씀 많이 해드리고, 손도 자주 잡아드리세요.
저처럼 떠나보내고 나서 가슴 치며 후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가정에 평안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