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신과 할아버지

털신을 보면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난다.
찬바람이 불면 헐렁한 털바지에 때가 반질반질한 돕바를 입고 두꺼운 양말을 두겹이나 포개 신으시고 읍내 시장을 가셨다.
다른 신발이 없는 것도 아닌데 유독 털신만 고집하신 할아버지...
물메기를 좋아 하셔서 장날이면 꼭 물메기와 시장 초입에 파는 따끈따끈한 풀빵을 손에 쥐고, 간혹 동무라도 만난 날은 얼큰하게 취하셔서 오시기도 했던 우리 할아버지....
설탕 묻힌 풀빵을 좋아했던 손자도 이제 어느덧 할아버지가 되어가고 여전히 풀빵은 그리운 주전부리가 되었지만 털신만 보면 밀물 차오르듯 사정없이 밀려오는 그리움은 이길 방법이 없다.
올해도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털신만 보면... 할아버지가 그립다
물메기탕의 뽀얀 국물 처럼 보고싶은 마음은 그렇게 오나보다